안녕하세요? 2018년도에 처음 비건 재료에 대한 문서를 작성 후, 더 보기 좋은 형태로 정보를 정리하는 데 너무나 오래 걸렸습니다. 계속 비건 재료 문서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죄송한 마음이 있었기에, 새롭게 단장한 문서가 부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전에는 기록한 적 없었던, 제가 비건 재료를 사용하고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저는 비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한 비거니즘이란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다름'에 집중하여 차별하는, 종차별적 행위들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근래에는 기후 위기를 비롯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채식을 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하루가 다르게 느낍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영역에서의 동물 착취가 드러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미술 재료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비인간동물들은 때로는 살아있는 도구로 전시장에, 때로는 죽음 이후 출처를 알 수 없는 성분이 되어 재료로 가공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지만 동물원과 동물 생산 공장, 동물실험처럼 동물들이 살아있는 도구로 쓰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을 보면 그 변화에 대해 무척 기쁘면서도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어째서 죽은/도살된 동물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게 여겨지는 것일까?

비거니즘을 접하고 제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은, 세상에 수많은 연결고리가 있지만 그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인간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동물원, 동물 축제, 경마 등)에 동원된 수많은 동물들은 쓸모가 없어지면 도축장으로 팔려가 고기식재료로, 때로는 프리미엄 화장품 그리고 반려동물 사료로까지 둔갑됩니다. 나아가 축산업의 도축 후 부산물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다시 또 종차별 사회에서 차별받는 가축들에게 사료로 제공되는 그 기이한 순환구조를 통해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모습은 한가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 또한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기에, 위의 질문은 더욱 또렷해지고 중요해집니다. 사실상 살아있는 동물과 죽은(죽임당한)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하나로 연결되지 못하고 제각각의 사건으로만 떠올랐다가 금새 사라지는 현실은, 인간이 동물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종류에 따라 선을 긋고 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인간들은 단순히 동물들의 삶과 죽음을 나누고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며, 동물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을 계획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숨기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저희 회사의 붓은 축산업에서 가축을 도축하고 남은 털을 모아 제작됩니다." , "동물복지 제품들은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인도적 방식으로 만들어져 안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단계를 나누고 좋아보이는 말들을 가져와도 인간이 비인간동물종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세계의 일부인 미술도 이를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기 좋고 아름다운 그림들 위의 물감과 보존력을 높여주는 재료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따라가다보면, 작업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다시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현실을 바꿔가는 이들을 보면 마치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외치는 듯하기에, 저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최대한 동물 착취가 없는 재료들을 기업들에게 문의하고, 찾아 사용하고, 기록하며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 문서를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도 스스로 먹고, 쓰고, 입고, 즐기는 것이 어디서 어떤 생각으로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계속 찾아봐주시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왜인지 들여다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선우 드림


하선우 ha-sunw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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